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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통시장 탐방] 사과, 국수, 국밥 그리고 백종원, 예산오일장
[전통시장 탐방] 사과, 국수, 국밥 그리고 백종원, 예산오일장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02.13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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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예산시장 안에 조성한 새로운 ‘먹거리 장옥’.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예산]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들녘과 바다에서도 봄은 오고 햇살과 바람에서도 봄이 오는 냄새가 난다. 음지 곳곳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고 사람들의 옷차림 역시 큰 변화가 없는 듯 해도 시나브로 봄은 우리 가까이 왔다. 갑자기 불어닥친 칼바람에 예산시장 상인들의 옷이 다시 두꺼워졌다. 그러나 오일장 아낙의 좌판에도 어김없이 봄은 살포시 앉아있다.

예산 인구는 작년 연말 기준 7만 7천 명으로 군 단위로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간 배출한 수많은 인물 중에서도 예산이 자랑하는 위인은 추사 김정희와 윤봉길이 대표적이다. 요즘 예산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름은 바로 백종원이다. 사업가이자 방송인 백종원이 자신의 고향인 예산시장 안에 새로운 ‘먹거리 장옥’을 조성한 것. 이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큰 유명세를 타면서 방문객이 급증하였고 자연스레 지역 활성 화에 한몫하고 있다.

예산시장은 매 5일과 10일에 장이 선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예산은 사과가 특산물이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국수를 만드는 사람들
예산군 예산읍에는 오일장이 두 곳에서 열린다. 예산시장에서 매 5일과 10일에 장이 서고 이와 별도로 예산역전시장에서도 매 3일과 8일에 장이 선다. 그중에서도 예산시장에는 국수 제조업체와 국밥 집이 몰려 있어 시장 먹거리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예산의 대표 특산품인 사과가 더해지면서 다른 시장과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예산군은 국수와 국밥에 가을꽃 국화를 더하면서 ‘삼(3)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예산장터삼국축제’를 2017년부터 개최해오고 있다. 예산시장에서 국화꽃 감상하고 국밥 먹으면서 돌아갈 때는 국수를 구입해 가란 노골적인 메시지가 담긴 축제다.

달래가 나왔다. 시장 좌판에도 슬슬 봄이 찾아온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강아지도 시장구경이 흥미롭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겨울과 이른 봄 사이, 예산시장에는 달래와 냉이가 나와 사람들의 입맛을 돋게 하고 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농법이 발달하면서 겨울에 나오는 딸기처럼 제철 과일, 제철 채소란 말이 무색해졌는데 그래도 봄나물이 좌판 한 편을 차지하고 있으니 마음이 따듯해진다.

사과도 많이 보인다. 차곡차곡 사과상자를 쌓아놓은 좌판 주인이 직접 농사지은 농부인지 물건을 받아서 파는 상인인지 궁금했다. 구경꾼의 지나가는 질문에 주인은 ‘응봉초등핵교 있는 데서’ 직접 농사 지은 것이라 답한다. 역시, 용봉초등핵교 있는 데서 재배한 예산사과의 맛은 명불허전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시장 한쪽에는 갓 뽑아낸 국수를 건조대에 말리고 있는 노포가 있어서 눈길을 잡아끈다. ‘예산전통국수’ 상호를 내건 업체는 공장이라고 하기엔 작은 규모이지만 오랜 내공과 전통이 느껴진다. 이렇게 직접 생산한 모습을 지켜보면 소비자들이 제품에 믿음을 갖기 마련이다.

예산전통국수 건조 모습.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원조 버들국수 김명국 대표.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오일장 길 건너편의 버들국수는 원조로 통하는 곳이다. 이곳은 국수를 현장에서 뽑거나 건조하지 않고 판매만 한다. 규모가 커지면서 엄격하게 위생 관리되는 별도의 해썹(HACCP)시설을 갖춘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국수가 모두 위생적으로 비닐 포장된 것도 이 집만의 특징이다.

올해 36세인 버들국수의 김명국 대표는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가업을 잇게 되었다. 그렇지만 대학원에서 식품고분자공학을 전공할 정도로 식품산업의 가치를 내다보고 그 준비 또한 오래 하였다. “등급이 좋은 밀가루를 쓰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그리고 밀가루와 소금물로만 만들어서 쉬이 불지 않고 식감 또한 쫄깃한 편입니다. 화학첨가물은 전혀 쓰지 않아요.”

버들국수 간판 앞에는 ‘원조’ 타이틀이 붙어있다. 그런데 예산전통국수나 버들국수나 인근의 쌍송국수가 사실은 모두 한 집안이다. 할아버지 형제로부터 시작해서 3대째 내려오면서 예산의 국수산업을 지키고 있다.

운치있게 새단장한 장옥에서 할머니들이 좌판을 펼쳤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불판빌려주는집. 고기는 옆집 정육점에서 구입하여 구워 먹는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예산시장과 백종원이 만났다
요즘 예산시장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예산 출신 식품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의 고향 사랑이 지극하다. 위축된 예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그의 노력은 201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무허가 국밥집들을 이전, 양성화하는 예산군 사업에 컨설팅을 비롯한 다양한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국밥집 단지가 바로 ‘백종원거리’다.

작년에는 예산시장 장옥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새로 시작하여 올 초 개장하였다 그런데 개장 보름 만에 4만 명이 넘는 손님이 몰려 단숨에 전국적 ‘핫플’ 반열에 올랐다. 현재 장옥에는 그의 손길을 거친 점포들이 인기리에 성업 중이다.

저렴하게 고기를 파는 신광정육점, 그 옆에서 불판을 빌려주는 불판빌려주는집, 옛 군수의 이름에서 상호를 따왔다는 선봉국수, 금오바베큐, 시장닭볶음…. 모두 뉴트로(Newtro)풍 콘셉트이다. 장옥 가운데는 백화점 푸드코트처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펼쳐져 있어서 자유롭게 고기를 구워 먹거나 구입한 음식을 모여 앉아서 먹을 수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호떡.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대흥상회의 국번없는 옛날 전화번호.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지금도 능숙하게 주판을 쓰는 대흥상회 안흥순 씨.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예산시장 장옥에는 기존 점포도 남아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옛날 전화번호를 단 노포들이 시장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시장 리모델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1974년에 김지준(77), 안흥순(72) 부부가 개업하여 반백 년 동안 현 자리를 지켜온 대흥상회가 대표적이다.

최초의 가게 전화번호는 국번도 없이 ‘4517’번이었다. 그러다 한 자리 국번이 생기면서 ‘2’국에 4517번이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35’국에 4517번, 시간이 더 흐르면서 다시 ‘335’국에 4517번으로 바뀌었는데 그 3가지 전화번호가 박힌 간판이 아직도 가게에 모두 달려있다. 간판 자체가 작은 생활사박물관이다.

“이 나무 돈통은 47년이 되었고 이 다섯 알짜리 주판은 한 살 더 먹어 48년이여. 지금도 주판을 쓰고 있는데 주판이 계산기보다 빨러. 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땐 믿지를 못했지. 옛날에 장사가 잘될 때는 저 돈통을 하루에 두 번도 비웠지.”

성민네장터국밥. 고기가 부드럽고 잡냄새가 없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선봉국수 상차림.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요즘 분위기로 리모델링된 시장의 먹거리 골목.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건너편 선봉국수에서 식자재를 사러 온다. 그리고 쉴 새 없이 계속 단골들이 찾아오고 익숙한 듯 좁은 가게 구석구석에서 물건을 찾아준다. 요즘 대흥상회의 인기 품목은 먹태이다. 먹태를 구워주면서 양념 소스를 같이 파는데 거기에 맥주만 추가해 가운데 테이블로 가져가 자리 잡으면 절로 ‘가맥’이 된다. 물론 소비자들은 대부분 외지 관광객들이다. 기존 가게들까지 덩달아 신바람이니 상생의 효과가 제대로다.

“요즘 장사가 옛날보다 낫다니께!”

 

백종원이 조성한 국밥거리.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쪽지>

백종원국밥거리
초가집 콘셉트의 국밥거리에 있는 60년전통예산장터국밥은 옛날에 간판이 따로 없어 ‘욕쟁이할머니네’로 통했는데 지금은 3대째 대를 이어온 지역 맛집이 되었다. 성민네장터국밥도 평이 좋은 편이다.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운데다가 잡냄새도 없고 양도 푸짐
하다. 국물은 구수하면서 진하며 감칠맛이 난다.

먹거리 장옥 내
선봉국수(0507-1472-0552)는 메뉴가 2가지(파기름비빔국수, 진한멸치국수)뿐이다. 면은 부드럽고 국물도 진한 편이다. 가격이 부담 없다 보니 항상 대기 줄이 길다. 일회용 수저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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