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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집2] 봄소식이 몰려온다는 고장, 동백꽃 피는 강진
[특집2] 봄소식이 몰려온다는 고장, 동백꽃 피는 강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2.1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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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음을 알리는 붉은 동백꽃. 사진/ 강진군청

[여행스케치=전남 강진] 따뜻한 남쪽 강진은 봄이 일찍 온다. 동백꽃이 피고, 진달래가 피고, 모란이 핀다. 강진에서 동백이 유명한 백련사, 다산초당, 백운동원림, 영랑생가를 다녀왔다.

백련사, 천연기념물 동백림과 동박새
천년고찰 백련사는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 정약용과 혜장 선사가 차를 마시며 차담을 나눴다는 사찰이다. 저 멀리 아스라이 펼쳐진 강진만 구강포가 눈길을 끌어간다. 백련사에서는 봄바람이 겨울을 밀어내지 않고 동백꽃이 찬기운을 쫓아낸다. 가끔 서둘러 피어난 빨강 꽃봉오리 위에 하얀 춘설이 내리기도 하지만 백련사에 동백꽃이 피면 강진 사람들은 봄이 왔다고 말한다.  

강진 백련사 주변에서는 동백꽃이 많이 핀다. 사진/ 강진군청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 서쪽에 동백나무 숲이 있다.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숲이다. 사찰 주변 숲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도 눈에 띄지만 대웅전 서쪽에 서식하는 동백나무 군락지가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동백나무 1,5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데 동백나무의 키가 평균 7m쯤 된다. 언제 누가 식재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수령이 300년 이상 되었다는 것,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인 다산초당에도 이 정도 크기의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어서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백련사 가람 서쪽에 동백나무 숲이 있고, 그 옆에 야생 차밭도 있다. 사진/ 강진군청

“동백림이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지요. 수백년 되었을 겁니다. 나무의 굵기나 피부가 범상치 않은데 어머니 젖가슴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온 것을 보고 나무가 살아온 세월을 가늠할 뿐이지요.”
강영석 문화관광해설사는 꽃도 꽃이지만 나뭇가지나 몸통, 동백꽃 속에서 꿀을 빨아먹는 새들을 눈여겨 보라고 말한다. 빨강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벌들이 날아들고, 벌과 꿀을 먹잇감으로 삼는 새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참새와 산새는 벌을, 동박새는 동백꽃 속에 담긴 꿀을 빨아 먹는다. 

동백꽃의 꿀을 빨아먹는 동박새를 볼 수 있다. (좌) 백련사 동백꽃은 유난히 붉다. (우) 사진/ 강진군청

50대나 60대 가운데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이른 봄날 동백나무에 올라 동백꿀을 빨아먹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동백꿀은 참으로 달콤한 간식이었으니까. 백련사 주변에는 소나무, 굴참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진달래 등도 자라고 있다.

동백꽃이 필 때면 만덕산에는 진달래도 많이 핀다. 사진/ 강진군청
  • 위치 :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길 145

다산초당, 정약용의 체취가 남아 있는 동백나무
강진군 도암면 만덕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다산초당은 다산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할 때 머물렀던 집이다. 정면 5칸, 측면 2칸. 그 옆에 작은 연못이 있고, 동쪽에 동암이 있다. 다산은 유배생활 18년 중 8년은 읍내에 머물렀고, 1818년 귀양에서 풀릴 때까지 10여 년간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여러 책을 저술하고 실학을 집대성했다.

다산 정약용이 10년간 머물렀던 다산초당 옆에도 동백나무가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다산초당 연못과 입구에 동백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다. 연못 주변에 자라고 있는 동백들은 아마 집주인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곳 동백나무는 수령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몸매가 여리여리하다. 집주인을 닮은 것인지 투박하지 않고 연해 보인다. 백련사 옆 다산기념관이나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산길에도 동백나무가 서식한다. 이 길은 동백꽃이 피지 않을 때도 명품길이라고 소문이 나 있다.  

다산초당 가는 길 울타리에 사람들이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올려놓았다. 사진/ 강진군청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이다. 이 숲길은 한적하다. 야생 차나무도 있고, 진달래와 황칠나무, 동백나무와 후백나무가 적절히 뒤섞여 있다. 소나무숲을 지나면 삼나무숲이 자리하고 있다.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숲을 이룬 오르막길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앙상하게 드러난 나무 뿌리들이다. 오랜 세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뿌리를 덮고 있던 나무뿌리가 비바람에 씻겨나가면서 드러난 앙상한 뿌리다.

  • 위치 : 강진군 도암면 다산초당길 68-35

백운동원림, 17세기 선비와 후손들이 지켜온 별장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에 자리하고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백운동원림 별서정원. 이곳은 17세기 선비인 이담로 선생이 터를 잡은 별장이자 사유지였다. 당시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 선생이 틈틈이 이곳을 찾아 머물다 가곤 했다는 곳이다. 지금은 13대손인 이승현 씨가 살고 있다.

백운동 원림은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고 유서가 깊은 곳이다.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얀 구름 되어 올라간다’는 백운동 계곡을 중심으로 3,300평 부지에 환상적인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자연과 인공의 아주 적절한 조화로 구성되어 있다.

백운동원림은 월출산 남쪽 자락, 태평양 다원 옆에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1812년 다산이 제자들과 함께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그 빼어난 경치에 반해 제자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거기에 시문을 남겨서 ‘백운첩’을 만들었다고 한다. 
다산은 별서를 지은 사람 못지 않게 조상이 남긴 별서를 유지하고 관리하면서 자식들에게 학문과 예법을 가르치는 후손들을 높이 평가했다. 자주 이곳을 찾아 산책을 하고 주인과 차담을 나누었다. 지금도 다산처럼 산책하는 게 가능하다. 찻길이나 주차장에서 정원까지 오가는 길에 돌담과 대나무숲길이 있다. 크고 작은 왕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사이에 야생 동백나무들이 서식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들이 쏟아내는 소리,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어우러지면 탄성이 절로 난다. 

백운동원림 숲에도 동백꽃이 핀다. (좌) 백운동원림에 일찍 핀 동백꽃 위로 눈이 내렸다. (우) 사진/ 강진군청

정원에 이르는 길에 동백나무도 숲을 이루고 새빨간 꽃을 피운다. 월출산 아래 첫마을, 태평양 다원 바로 이웃에 있으며, 조선 최초로 차를 상품화시킨 이한영의 후손이 운영하는 찻집(백운차실)도 이웃에 있다.

  • 위치 : 강진군 성전면 월하안운길 100-63

영랑생가, 동백꽃이 지키는 시인의 생가
강진군 강진읍 남성리 군청 옆에 있는 영랑생가는 모란꽃으로 유명한 집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에 모란꽃이 피어 있다. 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유명한 시 덕분인데, 모란꽃은 오래 피어 있지 않는다. 한 뿌리에서 올라온 꽃들이 일주일이면 거의 피었다 진다. 

영랑생가 뒤뜰에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사진/ 강진군청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영랑 시인은 주옥같은 시 80여 편을 발표하였는데 그중 60여 편을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이곳에서 생활하던 시기에 썼다고 한다. 생가에는 시의 소재가 되었던 샘, 동백나무, 장독대, 감나무, 대나무 등이 남아 있다. 영랑생가 뒷마당에 동백나무 여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영랑생가 뒤뜰에서 여행객들이 앉아 쉬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동백나무는 모란이 피기 전에 시작하여 모란이 다 지고 난 뒤에도 생가를 지키며 피어 있다. 생가 뒤란과 장독대에는 모란 대신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있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영랑생가에서 뒤쪽으로 올라가면 세계모란공원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데려온 모란꽃이 자라고 있다. 

영랑생가 앞마당에서 모란과 철쭉이 핀다. 사진/ 박상대 기자
  • 위치 :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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