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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근교 여행] 설국의 무지개 숲에서 보낸 하루, 동두천 니지모리 스튜디오
[근교 여행] 설국의 무지개 숲에서 보낸 하루, 동두천 니지모리 스튜디오
  • 김유정 객원기자
  • 승인 2023.02.1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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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동두천에서 만나는 작은 일본.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동두천] 올해는 유독 눈이 많이 온다. 눈이 오는게 싫으면 어른이 된거라고 하던데, 눈꽃이 피어난 것을 보면 아직 설레는 건 어른이 되지 않은 까닭일까. 동두천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가는 동안 내내 나무에 피어난 눈꽃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꽃으로 뒤덮인 니지모리(무지개 숲) 안에서 작은 일본을 만났다. 

2021년 9월 오픈한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드라마 〈용의 눈물〉, 〈여인 천하〉, 〈왕과 나〉 등의 사극을 만든 고 김재형 감독이 건립했던 세트장을 료칸까지 완비한 테마파크형 드라마 세트장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일본 에도시대의 한 마을을 완벽하게 재현했기 때문에 일본 교토 같은 고풍스러운 도시에 도착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에 더해 일본 로케이션 촬영을 해야 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 사용돼 연간 300~500억 원의 외화손실을 막고 있다고도 한다. 가까운 곳에서 일본 여행하는 기분도 느끼면서 영화, 드라마 촬영지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일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길.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다도방에서 즐기는 다도 체험.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기운이 좋은 터에 자리한 니지모리 스튜디오
동두천 천보산로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성공과 강녕의 기운을 전달하는 터로 알려져 있다.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태인 지형으로 한반도 용천 물줄기 중에 유일하게 북쪽으로 흘러 태평양으로 이러진다는 태평맥의 발원지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터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단순히 일본 에도시대를 재현해 일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스토리텔링이 담긴 콘텐츠 문화단지로 볼 수 있다. 단지 일본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에서 끝내기엔 나름의 의미가 담긴 곳이라, 설립 배경을 알고 즐긴다면 더욱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INFO 니지모리 스튜디오

주소 경기 동두천시 천보산로 567-12 
관람 시간 11:00 - 21:00 (입장 마감 20:00)
관람료 성인 20,000원 (노키즈존)
*19세 이상 입장가능(신분증 지참) 
2004년생 입장 가능(생일 무관) 

본격적인 동두천 일본 여행 시작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일단 기모노부터 입어봐야 한다. 모리의상실에서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비롯해 유카타, 하카마, 요로이 갑옷 등을 대여해준다. 500여 벌의 의상이 준비돼 있으니 취향껏 골라보자.

친구끼리 갔다면 비슷한 색상보다는 대비되는 색깔을 골라 입는 게 예쁜 사진을 찍기에 좋다. 모리의상실에서는 혼자 입을 수 없는 기모노 입는 법을 알려주며 예쁘게 꾸며서 입혀주기 때문에 입는 방법을 모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리의상실 마저도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어 기모노를 갈아입고 사진을 실컷 찍어볼 수 있다.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곳곳에 일본풍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소품들이 가득하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전체가 사진 맛집이다. 기모노를 다 갈아입었으면 모리의상실 2층에 자리한 니코책방으로 가보자. 이곳에서는 일본의 옛가구와 다양한 고서적을 만나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앤티크 소품이 자리해 소품을 들고 사진을 찍어봐도 좋다. 

그 다음은 음악 감상실인 고이비토요에 가봐야 한다. 5,000여 장의 오리지널 LP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옛날 음악과 LP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바깥에 귀여운 글씨로 LP바라고 적혀있으니 찾을때에는 입구에서 준 지도를 활용하자. 조금 어둠컴컴한 분위기라 음악에 충분히 젖어들 수 있다. 

니코책방에서 다양한 책을 고를 수 있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소원이 적힌 소원판이 등에 달려 있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니지모리 스튜디오 제대로 즐기는 방법
니지모리 스튜디오에서 꼭 가야 하는 곳은 예쁜 등을 밝힌 아름다운 상점 거리. 낮에도 예쁘지만, 밤에는 더욱 예쁘다. 이곳에는 음식점, 이자카야, 카페, 도자기 상점, 잡화점, 모리마트 등이 자리하고 있다.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즐기는 방법과 순서가 있는데 도착해서는 가장 먼저 아이노 팡야에서 브루잉 커피를 마시는 거다. 앞에 놓인 컵을 골라 직원에게 주면 그 컵에 브루잉 커피를 담아준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온 예쁜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한 숨 돌리고 나서는 점심식사는 다다미 방에서 라멘을 먹어야 한다. 

니지모리 스튜디오 내에 있는 이자카야.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일본풍 인테리어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아이노팡야 카페.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아이노팡야 카페.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일본 전통 라멘인 돈코츠는 물론 미소라멘, 탄탄멘 등을 팔고 있는 니지라멘으로 가보자. 이곳에 다다미 방으로 꾸며진 한 테이블이 있는데 기모노를 입고 다다미 방에 앉아 돈코츠 라멘을 먹으면 정말 일본에 온 것만 같다. 뜨끈하고 진한 국물의 돈코츠 라멘을 먹으니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 

라멘을 다 먹고 나서는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마음껏 즐길 차례. 배까지 든든히 채웠으니 7개의 정령을 만나야 한다. 니지모리 스튜디오에는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일곱 수호신이 존재한다. 거북이, 여우, 고양이, 토끼, 늑대, 멧돼지, 독수리와 같은 동물의 형상이 있다. 각각의 의미는 다 다른데, 거북이는 탄생, 여우는 신뢰, 고양이는 인내, 토끼는 희망, 늑대는 행복, 멧돼지는 힘과 담력, 독수리는 존경을 의미한다. 제단에 잠시 멈춰서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행운을 불러다 준다는 네코단에서 여행객이 소원을 빌고 있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지키고 있는 고양이.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니지모리의 마스코트인 고양이들이 밥을 먹기도 하는 네코단이 특히 인기다. 고양이의 소원신이 행운이기 때문에 행운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인가보다. 네코단 앞에 서서 종을 한번 치고 합장을 두번 한 후 ‘나를 지키소서’라는 의미의 일본어인 ‘와타시오마못데쿠다사이’를 외치면 행운이 생기게 된다는 얘기다. 

설국의 무지개 숲
계단을 올라 꼭대기까지 오르면 원수다리가 있다. 이곳에서 보는 설국의 무지개 숲 전경은 정말 아름답다. 하얗게 피어 오른 눈꽃과 에도시대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있어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카나우 각 쪽으로 내려와 이자카야로 향하자. 따뜻한 사케 한 잔에 오뎅나베를 먹을 차례다.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실컷 사진을 찍었더니 손발이 꽁꽁 얼었다.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뒤로 한 채 사케 한 잔에 뜨끈한 국물 한 숟갈이 입에 들어가니 몸 전체가 따스해진다.

이자카야의 시그니처 오뎅나베와 사케. (좌) 라멘집에서 먹을 수 있는 라멘. (우)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원수다리에서 바라보는 니지모리 설경.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그렇다고 제일 중요한 쇼핑을 놓칠 수는 없는 법.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5,000원의 가치를 가진 동전 하나를 준다. 제일 인기 있는 모리마트에 들러 일본 여행에서 즐겨 샀던 인절미 과자와 라무네 음료를 산다. 한 봉지 들고 야경이 반짝이는 모리 상점가를 걸어 나가니 이제 즐거웠던 동두천 일본 여행도 마무리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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