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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겨울철 별미, 붉은대게의 고장
겨울철 별미, 붉은대게의 고장
  • 홍원문 객원기자
  • 승인 2017.12.15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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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속초시 청호항
겨울철에 특히 맛이 좋은 붉은대게의 계절이 왔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속초] 붉은대게는 금어기를 제외하고는 연중 어획이 가능하지만 겨울이 제철이다. 강원도 속초 청초호에 붙어있는 청호항은 붉은대게의 산지로, 11월 이후부터 어선들이 붉은대게를 하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어항으로 유명하다.

속초 붉은대게를 조사하는 이동현 조사원
수심 1000m 깊은 심해에 사는 붉은대게는 크기가 커서 대게가 아니다. '대나무처럼 다리가 마디지고 죽죽 뻗은 모습이 대나무를 닮았다'하여 대게라 부른다. 대게와 붉은대게는 모양은 비슷하나 빛깔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게는 옅은 주황색이고 배부분이 흰색이며, 붉은대게는 전체 색깔이 붉은색을 띠는 주홍색이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대게를 잡는 어선들이 속속 청호항으로 들어오고, 어창 가득히 실은 붉은대게를 하역하는 일손도 바빠진다. 금세 붉은대게를 담은 노란 박스들이 쌓이고 운반을 하는 용달차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청호항에 붉은대게 잡이 어선이 들어오면 항구가 분주해진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오전 8시, 청호항 붉은대게 하역장에서 이동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을 만났다.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붉은대게 하역장을 분주히 오고가며 수량을 조사하고 붉은대게의 모양을 살핀다. 붉은대게는 TAC 어종으로 분류되어 조사원이 선박별 어획량을 매일 매일 기록한다. 선박에서 불법으로 팔고 사는 사매는 없는지 모든 물량을 체크하는 일은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았다.

“속초에서 생산되는 붉은대게는 90% 이상이 공장으로 입고됩니다. 그러므로 현장에서 위판되는 양은 없고 살아있는 붉은대게 소량을 선주들이 직영하는 직매장에서 판매를 합니다.”

TAC 어종인 붉은대게를 조사하는 이동현 조사원의 모습.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속초에서 붉은대게를 잡는 어선은 평균 5∼6척으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배들이 들어와 붉은대게를 하역한다. 이동현 조사원은 “선박별로 일일이 어획량을 점검해야 하므로 하역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다”며, “점심시간에 배가 들어오면 식사 시간을 놓칠 때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서 힘든 업무지만 선박별 형평성과 주어진 일에 충실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조사원의 업무는 선주 및 어부들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오고감을 느낄 수 있어 취재 내내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동현 조사원은 12년 경륜이 말해주듯 미소와 친절함으로 응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붉은대게 어획량에 대한 고민
붉은대게를 가득 담은 노란박스 무게가 50kg 정도이며 그 위에 얼음을 가득 담아 신선도를 유지한 상태로 1톤 용달차량에 실어서 공장으로 이동한다. 어부들과 용달차 운전자 모두가 손발이 맞아 떨어져 산더미처럼 많은 물량이 순식간에 작업이 끝난다.

속초에만 붉은대게 가공업체가 20여 개 이상이다. 붉은대게 가공산업 육성 협의회를 구성하여 붉은대게 가공 제품 개발을 하고 있으며, 다릿살, 몸통살, 파지살 등으로 가공하여 일본, 유럽 등으로 수출하고 게 껍데기는 키토산 재료로 이용된다고 한다.

어민들의 손에 의해 금세 박스에 가득 담기는 붉은대게.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어획된 붉은대게의 90%는 얼음으로 신선도를 유지한 채 공장으로 이동된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붉은대게는 겨울철 속초 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붉은대게 하역장에서 만난 박혜철 속초수협 조합장은 “금년도에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하면서도,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대게는 대부분이 러시아 산이지만 붉은대게는 속초 어민들이 직접 잡은 국산으로 많이 이용하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한다.

어선들이 대하태 어장까지 가서 수심 1000m 이상에서 잡아오는 속초 붉은대게는 담백하고, 고소하고, 육질이 쫀득쫀득하여 맛이 일품이다.

한편, 이봉기 강원붉은대게 통발 선주협회 상무에게 붉은대게의 생태적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붉은대게는 난류성과 한류성이 있어요. 7∼8월에 동해안에서 한류와 난류가 만나게 되는데 이때 플랑크톤 등 먹이가 풍부해 집니다. 오징어 등 많은 어종들이 이 지점을 찾아 산란을 하고 죽으면 붉은대게의 먹이가 되는 거죠.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든다는 건 붉은대게 어획량에도 많은 영향력을 미치게 되므로 점차 붉은대게 어획량이 감소될까 고민이 많습니다. TAC 어종 관리로 어획량을 한정하여 바다의 식량인 어족 자원을 보호하여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 말처럼 어족 자원 고갈은 우리의 식량 고갈과 마찬가지다. TAC 어종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붉은대게는 금어기 7∼8월을 제외하고 연중 잡을 수 있다. 암컷은 잡을 수 없지만 9cm 금지 체장이 있는 대게와는 다르게 체장 제한은 없다. 하지만 선주들은 자율적으로 통발 구멍을 크게 하여 7cm 미만은 잡지 않으며 어족 자원 고갈 방지에 스스로 앞장서고 있다고 이동현 조사원이 귀뜸한다.

겨울제철 붉은대게를 먹을 수 있는 직매장
붉은대게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겨울철 보양식으로 최고이며, 불포화 지방산으로 알려진 오메가가 함유되어 있다.

또, 껍질에 많은 키틴은 키토산의 원료로 골다공증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 식품이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설악산과 청초호, 영랑호 등 많은 관광자원을 품은 속초로 겨울 여행을 떠나 맛있는 제철 붉은대게를 먹고 건강을 챙기는 것도 좋을듯하다.

청호항 부둣가에 붉은대게 직매장이 있어 시세에 맞게 붉은대게를 맛볼 수 있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속초 청호항 부둣가에 선주들이 직접 운영하는 붉은대게 직매장이 있어 갓 들어온 신선한 붉은대게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규격별, 무게별 가격을 매주 게시하여 믿음이 간다.

건물 1,2층은 붉은대게 직매장이며, 3층은 붉은대게를 먹을 수 있는 식당과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직매장에서 붉은대게를 구입해 3층 식당으로 올라가면 청초호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요리법들이 개발되어 기호에 따라 붉은대게를 맛볼 수 있지만 전통적인 맛을 느끼려면 찜이 최고다. 대게찜은 경륜이 있는 전문가가 요리를 해야 제 맛을 낼 수 있으며 붉은대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청초호 붉은대게 직매장을 비롯하여 대포항 수산물센터, 동명항 활어회센터 등에서도 적당한 가격에 제대로 요리된 붉은대게 찜맛을 볼 수 있다.

한편, 항구 내 활어센터 사장은 “붉은대게는 특히 12월말부터 다음해 2월까지 잡은 것이 가장 맛있다”며 “대게에 비하여 가격이 저렴하면서 다릿살이 쏙쏙 빠지고 맛도 좋아 붉은대게를 선호하는 여행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덧붙여 “색깔이 진한 것을 고르면 살이 꽉찬 붉은대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좋은 대게 고르는 법도 알려준다.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과 더욱 가까워진 속초 청호항에서는 매년 2월에 붉은대게 축제가 열린다. 현장에서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붉은대게를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축제 기간 찾는 것도 좋을듯하다.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더욱 찾기 좋아진 청호항 전경.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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